먼저 어제 프루아에 대해서 악담을 한 것은 조금 부당했다고 할 수 있겠다. 어디서 또 전지를 가져와달라는 둥 소재를 가져와달라는 둥 심부름을 시킬 줄 알았으나, 단지 조명대를 테스트한 것 뿐이었으며 조명대를 이용하면 단박에 공중에 상승할 수 있는 등, 저번 여행의 '탑'과 역할을 같지만 조금 더 편리해졌다. 게다가 저번 여행에서 썼던 패러글라이드도 돌려주었다!
그 후 프루아는 이변이 일어난 네 곳을 찾아가라고 부탁했으며, 그 중에서도 리토 마을이 있는 북서쪽에서 젤다 공주님이 목격되었단 소문이 있으니 그쪽으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프루아에게는 말하지는 않았으나 나는 북서쪽으로 향하지 않았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과학자인 프루아가 소문이라고 할 정도면 굉장히 불확실한 정보다. 그런 정보를 굳이 좇는 것은 위험하다.
둘째, 젤다 공주님을 섬기는 것이 나의 임무이나, 이번에 하이랄 왕국민들이 우선사항은 젤다 공주님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변을 조사하고 멈추는 일이다. 비록 젤다 공주님이 새로운 구심점으로 재건 중이라고는 하나, 하이랄 왕정이 재앙 가논에 의해 그 기능이 정지된지 어언 100년, 각 마을도 어느 정도 자치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젤다 공주님만을 좇기 보다는 새롭게 생겨난 지저나 하늘섬 등 고대문명에 대해 면밀히 알아보는 쪽이 훨씬 더 이득이다.
셋째, 젤다 공주님께 미안하지만, 솔직히 나는 지하동굴 탐험이 제일 재밌다. 오죽하면 이 은하계에 속하는 우주 중에 제일 먼저 탄생한 "콜로설 케이브(
https://www.historyofinformation.com/detail.php?id=2020 )"를 창조한 신도 스스로 동굴탐험가였다고 하지 않은가. 어둠을 뚫고 지도를 만들며 귀환까지 해야하는 스릴. 이것만한 탐험이 또 어딨냔 말인가. 모험자로서 가능하면 지저 세계 쪽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었다.
해서, 프루아의 조수로부터 의뢰를 받아 지저 세계에 있는, 고대인으로 추정되는 그림이나 혹은 조각물을 찍어주는 일부터 먼저 하기로 했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모험이었다. 그러나 그리로 가는 도중에 카카리코 마을에 변화가 생겼다는 소식이나, 귀환 후에 하테나 마을에 가면 전자수첩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소리를 듣고, "그렇다면 남동쪽으로 향하자!" 고 생각했다.
그 결과가 이거다.
나는 어제 처음으로 조명대를 발동시켰단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해주길 바란다. 그런데, 이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 조명대를 네개나 밝혔을 뿐만 아니라, 조명대에서 관찰할 수 있는 다른 조명대나 부가적인 의뢰도 표시해두었다. 오른쪽에 있는 지도를 보면 지저 세계 탐험도 여러 번 했음을 알 수 있다.
참고로 말하면, 모험을 끝내고 나서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서 저번에 재앙 가논 토벌 때의 지도를 찾아봤더니, 하테나 마을과 카카리코 마을은 하테르 지방 바로 위에 있다. 이런 제기랄. 그래서 내일 여행은 일단은 하테나 지방을 먼저 들러서 전자수첩을 업그레이드 하고, 카카리코 마을을 찾아가 볼 생각이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정말 너무 많아, 다 떠올려 기억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확실히 기억에 남은 것이 몇가지 있다. 두번째 조명대에 있는 요새가 침입하기 엄청나게 어려웠으나, 폭발물을 이용하여 보코블린들을 학살하는 것에 성공했다는 것. 저 지도에서 보라색으로 표시한 부분에도 조명대가 있으나, 아직은 견딜 수 없는 더위로 지속적인 피해를 입기 때문에 가까이 가기 어렵다는 점. 다른 하나는 하테르 지방에서 비가 오더라도 불을 피우는 방법을 배웠다는 것 정도다. 또, 조명대의 경우에는 문을 열고 들어갔어도 장치 활성화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 근처에 이를 수리해줄 인원들을 도와줘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외엔 하늘에서 종종 낙석이 떨어지는데 시간을 되감는 힘인 '리버레코'를 통해서 단숨에 지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점, 하늘 섬의 각 지역에는 결투장이 있다는 점(아직 직접 전투를 해보진 않았다), 또 여행 중에 이상한 지상화를 발견했다는 점이었다. 이 지상화의 용도는 아직 잘 알 수 없으나, 각 하늘섬에 어떤 기계장치가 있는지 알려주는 신호 같은 것일까?
지저 세계의 경우에는 너무나 방대해서 다 이루 말할 수 없으나, 모험자로서는 조명꽃의 씨앗을 충분히 갖고 다녀야 한다는 것과 반영구적인 피해를 입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해서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 나로서는, 보코블린들이 고대인의 문명을 하이랄인들보다 더 능숙하게 다루고 있단 점에서 큰 위화감이 들었다. 그들은 나조차 만져본 적 없는 조종대가 달려있는 비행기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요새 주변을 순찰하는 등, 단순히 '야만'하다고 부르기에는 지나치게 잘 정비되어 있었다(그럼에도 요새를 중심으로 한 부족생활을 하는 걸로 보아, 구심점이 없는 듯하다. 어찌보면 하이랄 대지의 사람들과 닮아있는 셈이다). 과연 고대에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지상의 보코블린들은 이들의 타락한 모습인 걸까? 또한 포우란 신비한 사념의 결정 같은 것을 모아오면, 요새에 있는 바위와 거래를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쨌든 지저탐험을 통해 대량의 광석을 손에 넣음으로써, 요새에 돌아와 잡화점에서 하이랄 방랑자의 옷을 맞추고 모험을 끝냈다. 솔직히 거대 몬스터에게 한 대 맞으면 죽는 이 세계에서 방어구를 맞추는 것에 큰 의미는 없어보이나, 옷이란 반드시 실용성만을 위한 것이 아닌 법이다.